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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 울혈 증후군 (만성골반통, 진단지연, 색전술)

migrami 2026. 8. 20. 19:24

목차


    뼈도 멀쩡하고 근육도 이상 없다는데, 왜 골반이 이렇게 아픈 걸까요. 저도 그 질문을 수개월 동안 붙들고 살았습니다. 원인 없는 만성 골반통의 상당수는 사실 혈관 문제입니다. 골반 울혈 증후군(Pelvic Congestion Syndrome)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18세에서 50세 사이 여성의 약 15%가 겪는 만성 골반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합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만성 골반통, 뼈가 아닌 혈관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허리 통증이 도수 치료로 해결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반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오래 서 있거나 피로가 쌓인 날이면 어김없이 아랫배가 짓눌리는 느낌이었고, 누워서 쉬면 그나마 나아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다르다고 느꼈지만, 정형외과에서는 엑스레이를 찍고는 "뼈와 관절에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 말이 오히려 더 불안했습니다. 아픈데 아픈 이유가 없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결국 직접 증상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골반 울혈 증후군이었습니다. 1949년 Taylor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핵심은 난소정맥 부전(Ovarian Vein Insufficiency)입니다. 여기서 난소정맥 부전이란, 난소 주위 정맥의 판막이 제 기능을 잃어 혈액이 역류하고 골반 안에서 정체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정맥류와 메커니즘이 유사하되, 위치가 골반 안쪽이라 외부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진이나 진단 지연이 잦은 것입니다.

    산부인과에서 만성 골반통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10~40%가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구동산병원 건강정보). 복강경 검사를 받은 만성 골반통 환자 중 무려 35%에서는 자궁내막증도 유착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최근 이 35%의 상당수가 골반 울혈 증후군 환자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수치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증상의 특징은 꽤 뚜렷합니다. 장시간 서 있거나 걷거나 앉아 있을 때, 또는 성관계 이후 수 시간에서 수일씩 지속되는 골반 통증이 핵심입니다. 요통, 생리과다, 빈뇨처럼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이는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기도 해서 진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방광 문제인가 싶어 비뇨기과까지 들렀을 정도였으니까요.

    •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골반 깊숙이 묵직하게 아프다
    • 누우면 통증이 완화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 성관계 후 수 시간~수일간 골반통이 지속된다
    • 요통, 생리불순, 빈뇨, 복부 팽만감이 동반된다
    • 회음부나 하지에 정맥류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요약: 골반 울혈 증후군은 난소정맥 판막 이상으로 혈액이 골반에 정체되는 혈관 질환으로, 뼈·근육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아 진단이 크게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지연의 구조적 문제와 색전술 치료의 현실

    제가 처음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꼼꼼하게 검사를 해주셨습니다. 문제는 정형외과 검사 체계 자체가 뼈, 디스크, 근육의 이상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정맥 혈류 역류나 골반 내 정맥류는 그 체계 안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혼자 인터넷을 뒤지다가 혈관 중재 시술 전문 병원에 가서야 초음파와 혈관 검사로 확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이 저를 가장 지치게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 만성 골반통 환자에게 심리적·정신적 요인이 거론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 설명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골반 울혈 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증의 근본 원인이 혈관에 있는데 심리 상담만 권유받는다면, 환자는 고통에 더해 '내가 예민한 건가'라는 자기 의심까지 짊어지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의료계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단의 기준이 되는 검사는 정맥 조영술(Venography)입니다. 여기서 정맥 조영술이란, 혈관에 조영제를 직접 주입해 혈류 역류와 확장된 혈관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다만 침습적이고 방사선 노출이 있어, 최근에는 도플러 초음파, CT, MRI로 대체하는 추세입니다. 초음파 기준으로는 혈관 직경 4mm 이상, 혈류 속도 3cm/sec 이하로 감소한 경우 골반 울혈 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저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었습니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수술·시술로 나뉩니다. 황체호르몬 제제나 성선자극호르몬 유리호르몬 길항제(GnRH antagonist)를 먼저 사용하는데, 성선자극호르몬 유리호르몬 길항제란 난소의 에스트로겐 분비를 억제해 혈관 확장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때 수술적 치료나 색전술(Embolization)을 고려합니다. 색전술이란 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문제가 되는 정맥을 막아버리는 최소 침습 시술로, 최근 좋은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색전술이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시술 날짜를 잡고 싶었지만, 담당 의료진은 먼저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을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언이 맞았습니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가장 침습적인 선택지부터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호르몬 상태와 약물 반응성을 먼저 평가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요약: 골반 울혈 증후군의 진단 지연은 진료과 간 분절 구조에서 비롯되며, 확진 후에도 약물 치료를 먼저 충분히 시도한 뒤 색전술 등 시술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골반 울혈 증후군은 산부인과에서 바로 진단받을 수 있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반 산부인과 초음파로도 확장된 혈관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도플러 혈류 측정 장비와 혈관 질환에 대한 전문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혈관 중재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나 혈관외과와 협진이 가능한 기관을 찾는 것이 확진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Q. 출산 경험이 없어도 골반 울혈 증후군이 생길 수 있나요?

    A. 발병 위험은 다산부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임신 중 혈류량이 약 60% 증가하면서 난소정맥 부전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호르몬 불균형, 하지정맥류 병력이 있다면 출산 경험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출산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색전술을 받으면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나요?

    A. 색전술은 확장된 혈관을 차단해 혈류 정체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많은 환자에서 통증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호르몬 상태, 동반 질환, 시술 범위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시술 전 약물 치료 반응성을 먼저 평가하고, 결과를 보며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이 권장됩니다.

     

    Q. 정형외과에서 이상 없다고 했는데 골반통이 계속되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A. 근골격계 이상이 배제된 상황이라면, 산부인과와 혈관외과(또는 중재방사선과)를 함께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도플러 초음파로 골반 내 정맥 혈류를 확인하는 것이 골반 울혈 증후군 진단의 첫걸음입니다. 제 경우에도 정형외과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혈관 전문 병원을 직접 찾아간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결론

    원인 모를 골반 통증으로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를 돌고 돌아다녔던 시간이 저에게는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뼈도 근육도 정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역설을 경험했습니다. 그 답이 혈관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안도감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골반 울혈 증후군은 낯선 이름이지만,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닙니다. 만성 골반통으로 오랫동안 원인을 찾지 못하고 계신 분이라면, 근골격계 검사만으로 포기하지 마시고 초음파를 포함한 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해 보시길 권합니다. 진단이 치료의 절반입니다.

    참고: https://dongsan.dsmc.or.kr:49870/content/04health/02_01.php?proc_type=view&a_num=15012801&b_num=180&rtn_url=%2Fcontent%2F04health%2F02_01.php%3Fp_page%3D54%26p_search%3D%26p_keyword%3D%26p_cate%3D%26md_code%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