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편의점에서 "단백질 25g"이라고 크게 적힌 음료를 집어 들고 운동 후 벌컥벌컥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뒷면 성분표를 들여다보니, 그 25g의 정체가 유청 단백질도, 대두 단백질도 아닌 콜라겐 펩타이드였습니다. 단백질 음료인 줄 알고 샀는데 실제로는 콜라겐 음료였던 것입니다. 저만 이런 경험을 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콜라겐 함정: 단백질 음료가 진짜 단백질이 아닌 이유
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음료 중 일부는 유청 단백질(Whey Protein)이나 대두 단백질을 한 그램도 넣지 않고도 "단백질 25g"을 합법적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핵심은 식품의 단백질 함량 측정 방식에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은 식품 속에 포함된 질소(N) 함량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여기서 이 측정법을 켈달법(Kjeldahl Method)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아미노산에 달려 있는 질소 원자의 양을 측정해 단백질 그램 수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콜라겐도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콜라겐 펩타이드만 25g 넣어도 영양성분표에 "단백질 25g"이라고 버젓이 표기할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소비자 대부분이 "단백질 음료 = 근육 만드는 데 쓰는 음료"라고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남양과 빙그레 같은 대기업 제품이 이 방식으로 출시되었고, 식약처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이 아닙니다. 콜라겐이 유청 단백질보다 원가가 낮고, 맛을 잡기도 쉽고, 목 넘김도 부드럽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단백질 시장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처음엔 "대기업 제품이니 믿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 이름만 보고 성분표를 건너뛴 게 제 불찰이었지만, 소비자가 당연히 가지는 기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수 아미노산: 콜라겐과 진짜 단백질의 결정적 차이
단백질이라는 단어 아래 콜라겐과 유청 단백질을 같은 선상에 두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모두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지만, 그 구성비는 완전히 다릅니다.
필수 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s, EAAs)이란 우리 몸에서 자체 합성이 불가능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 9종을 말합니다. 근육 합성, 면역 기능, 호르몬 생성 등 몸 전반에 관여하기 때문에 단백질 식품을 선택할 때 이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핵심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콜라겐은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극도로 낮습니다. 특히 근육 단백질 합성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류신(Leucine) 함량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류신은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경로를 활성화하는 핵심 아미노산인데, 여기서 mTOR란 근육 내 단백질 합성 공장을 가동시키는 신호 체계입니다. 류신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비로소 근육이 성장 모드로 전환됩니다. 2006년 노튼과 레이만의 연구에서도 류신이 mTOR 경로를 직접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출처: PubMed, Norton & Layman 2006).
반대로 삶은 계란은 PDCAAS(단백질 소화 흡수율 보정 아미노산 점수) 측정에서 1.0 만점을 기록한 식품입니다. PDCAAS란 내가 먹은 단백질 중 실제로 몸에 흡수되어 활용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1.0이면 섭취한 단백질이 거의 완벽하게 활용된다는 뜻입니다.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나 콩도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지만,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일부 필수 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단백질 몇 그램"이라는 숫자보다 "어떤 단백질이 들었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유청 단백질·계란: 필수 아미노산 9종 모두 풍부, 류신 함량 높아 근합성에 유리
- 콜라겐 펩타이드: 필수 아미노산 함량 낮고 류신 극히 적음, 근육 성장 목적으론 비효율적
- 두부·콩류: 식물성이지만 필수 아미노산 포함, 단 특정 아미노산은 동물성보다 부족할 수 있음
- 렌틸콩·병아리콩: 식이섬유와 함께 단백질 보충 가능,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조합이 필요
흡수율: 제대로 먹어도 근육이 안 늘었던 이유
저도 한동안 단백질을 나름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 거울 앞에서 변화가 더디게 느껴졌던 적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섭취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흡수율이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단백질 흡수는 장(腸) 환경과 근막 상태에 크게 좌우됩니다. 근막이란 근육 하나하나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닭고기를 손질할 때 살 위에 붙어 있는 반투명한 흰 막을 떠올리면 됩니다. 아미노산이 근육 세포에 도달하려면 이 근막을 통과해야 하는데, 근막이 굳어 있거나 염증이 생기면 혈류가 약해지고 아미노산 전달 경로가 막혀 버립니다. 운동 자극은 충분히 줬는데 재료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외로 채소가 큰 역할을 합니다. 브로콜리에는 비타민 C가 100g당 약 90mg 들어 있어 하루 권장량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는데, 비타민 C가 없으면 근막의 재료인 콜라겐 합성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브로콜리의 설포라판(Sulforaphane) 성분이 콜라겐을 파괴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근막을 보호합니다. 양배추의 글루타민(Glutamine)은 소장 점막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이 세포들이 건강해야 단백질이 혈액으로 제대로 흡수됩니다.
연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어의 오메가3 지방산은 근합성 반응을 최대 60%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출처: PubMed Central, Smith et al.), 아스타잔틴(Astaxanthin) 성분이 운동 후 활성산소를 제거해 근육 회복을 돕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어를 챙겨 먹는 것이 흡수율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
탄수화물과 함께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백질만 단독으로 섭취하면 에너지원이 부족해져 단백질이 근육 합성보다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동반되어야 단백질이 온전히 근육 합성에 쓰입니다.
식물성 단백질: 닭가슴살이 지겨울 때 선택지
닭가슴살과 고구마만으로 하루 세끼를 채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의지로 버텼지만, 몇 주가 지나자 식사 시간이 고통에 가까워졌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단이 아니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아챘습니다.
식물성 단백질을 보는 시각은 양쪽으로 나뉩니다.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니 동물성만 먹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양하게 조합하면 충분히 보완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만 고집하기보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두부는 종이컵 반 컵(약 70g)에 단백질이 약 7g 들어 있어, 달걀 한 개의 6.3g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이소플라본(Isoflavone)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소플라본이란 식물성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로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고 단백질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두부 먹으면 남성 호르몬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 41개 임상시험을 메타 분석한 결과 이소플라본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병아리콩은 익힌 상태로 종이컵 한 컵에 단백질 약 11g, 렌틸콩은 약 13~14g, 풋콩(에다마메)은 약 14g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식이섬유까지 함께 챙길 수 있어 포만감 유지에도 유리합니다. 단,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충족하려면 여러 종류를 조합해서 먹어야 한다는 점은 알아두어야 합니다. 콩 한 가지만 먹어서는 부족한 아미노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섭취해 본 결과, 두부와 콩류를 섞어서 먹기 시작한 뒤로 소화 부담이 줄고 식단이 훨씬 다채로워졌습니다. 닭가슴살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지만, 식물성 단백질과 번갈아 먹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훨씬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백질 음료 살 때 콜라겐이 들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제품 앞면의 "단백질 ○g" 숫자보다 뒷면 원재료명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원재료에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나 "콜라겐" 표기가 있고 유청 단백질, 대두 단백, 우유 단백 등이 없거나 극히 소량이라면 사실상 콜라겐 음료로 보면 됩니다. 근육 성장이 목적이라면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Q.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얼마나 되어야 하나요?
A. WHO 최소 권장량은 체중 1kg당 약 0.8g이지만, 운동을 병행하거나 근육량을 늘리고 싶은 경우에는 1.2~2.0g 수준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체중 70kg이고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하루 약 100~140g이 필요할 수 있으며, 한 번에 몰아서 먹기보다 3~4회로 나눠 섭취하는 것이 흡수율 면에서 유리합니다.
Q.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도 근육을 키울 수 있나요?
A.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고, 동물성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두부·렌틸콩·병아리콩 등 여러 종류를 조합해 필수 아미노산 9종을 고르게 채운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됩니다. 다만 류신 함량이 동물성에 비해 낮은 편이라 mTOR 활성화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계란이나 생선류와 병행하는 것이 근합성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계란 노른자는 정말 먹어도 되나요?
A. 콜레스테롤 걱정으로 흰자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단백질 섭취량을 동일하게 맞춘 뒤 비교한 결과 계란 전체를 먹은 그룹의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미국 식생활 가이드라인도 2015년에 하루 콜레스테롤 제한 300mg 기준을 삭제했습니다. 실제로 혈중 LDL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달걀보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쪽에 더 가깝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결론
결국 단백질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성분의 실체입니다. "단백질 25g"이라는 표기 뒤에 콜라겐이 숨어 있을 수 있고, 대기업 이름이 붙어 있다고 그게 근육 성장에 효과적인 단백질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돌아보면, 뒷면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은 없습니다. 계란, 닭가슴살, 두부, 렌틸콩, 연어를 각자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번갈아 먹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당장 냉장고에 있는 단백질 음료 하나만 꺼내서 원재료명부터 확인해 보는 것, 거기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