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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언니 다리에 난 붉은 긁힌 자국을 보기 전까지, 당뇨가 저희 집 얘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몸이 가렵고 다리에 쥐가 자주 난다는 게 혈당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내 당뇨 환자는 2014년 약 207만 명에서 2024년 약 360만 명으로 10년 새 73% 증가했고, 특히 2030세대 환자는 같은 기간 80%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통계 안에 저희 언니가 들어갈 뻔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 당뇨가 생기는 진짜 이유
언니가 검사에서 당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의사 선생님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어요." 단어는 들어봤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랐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신호 전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슐린이 문을 두드려도 세포가 잘 열어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먹으면 소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포도당이 혈액으로 들어옵니다. 이 포도당은 반드시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에너지로 쓰입니다. 그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 인슐린이고, 문 자체는 글루트 4(GLUT-4) 채널입니다. 여기서 GLUT-4란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에 존재하는 포도당 수송 단백질로, 인슐린 신호가 있어야만 열리는 특수한 통로입니다.
그런데 살이 찌거나 지방이 세포 안에 과도하게 쌓이면, 인슐린이 신호를 보내도 세포가 잘 반응하지 못합니다.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 신호를 강하게 보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혈액 속에 포도당도 쌓이고 인슐린도 쌓인 채로 돌아다니는 상태, 그것이 당뇨의 시작입니다.
언니의 식습관이 떠올랐습니다. 밤마다 초콜릿을 한 통씩, 탄산음료를 달고 살았으니까요. 의사 선생님은 특히 야간에 단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이 인슐린 저항성을 빠르게 악화시킨다고 하셨습니다. 낮보다 밤에 세포의 인슐린 반응성이 떨어지는데, 그 시간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먹으면 처리되지 못한 포도당이 그대로 혈액에 남기 때문입니다.
- 포도당은 반드시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혈액 속 포도당과 인슐린이 동시에 상승합니다
- 야간 고당분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특히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비만뿐 아니라 근육량이 적은 마른 체형도 당뇨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혈당 관리 — 가렵다고 다 피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언니가 몸을 긁기 시작했을 때 저는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직업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울 수 있으니까요. 그 판단이 몇 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 방에서 다리를 심하게 긁어 빨갛게 되어 있는 걸 봤을 때, 직감적으로 이건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말초 혈류에 변화가 생기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극심한 가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의사 선생님도 이런 피부 가려움과 다리 쥐, 구강 건조, 소변량 증가 등이 당뇨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혈당 관리(Blood Glucose Management)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수치를 낮추는 것 때문만이 아닙니다.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혈관과 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합병증이 생기고, 그게 시력 저하, 신장 기능 악화, 심할 경우 하지 절단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라는 말이 이런 맥락에서 나옵니다. 출처: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 합병증은 혈당을 초기부터 꾸준히 관리했을 때 상당 부분 예방 가능합니다.
한 가지 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게, 당뇨는 살찐 사람만 걸린다는 편견이었습니다. 언니는 비만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근육량이 적으면 포도당을 소비할 창구가 부족해서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어도 혈당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인은 서구권에 비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 자체가 유전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어, 같은 식습관이라도 당뇨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점도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당뇨 예방 — 채식보다 단백질, 약보다 식습관이 먼저
언니가 검사 결과를 받고 나서 처음 한 말이 "이제 채식만 해야 하나?"였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당뇨라면 당연히 모든 걸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이 따라온다고 막연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탄수화물과 지방 위주의 식사를 줄이고, 매 끼니 주먹 한 개 분량 이상의 단백질을 확보하는 것이 혈당 관리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고기를 적당한 칼로리 범위 안에서 먹는 것은 괜찮고, 오히려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약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메트포민(Metformin)은 당뇨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인데, 여기서 메트포민이란 인슐린을 더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약을 말합니다. 체중 감량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근본적인 접근입니다. 반면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 계열 약은 췌장을 강제로 쥐어짜 인슐린을 더 분비시키는 방식으로, 저혈당 위험이 높고 췌장 수명을 단축할 수 있어 가급적 초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인슐린 주사는 췌장 기능을 포기하는 마지막 단계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당뇨의 초기 관리와 식이 조절이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낮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언니와 함께 식단을 조금씩 바꿔보니 의외로 극단적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밥 양을 줄이고 단백질 반찬을 늘리는 것, 야식의 초콜릿을 없애는 것, 탄산음료를 물로 바꾸는 것. 채식만 할 필요 없이 이 정도만 꾸준히 해도 수치가 달라졌습니다. 당뇨는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평생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는 말이, 처음엔 위로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실제로 그렇다는 걸 느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몸이 가렵고 다리에 쥐가 자주 나면 당뇨를 의심해야 하나요?
A. 반드시 당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저희 언니처럼 이 두 증상이 동시에 지속된다면 혈당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말초 혈류 이상이 생기면 피부 가려움과 근육 경련이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여기에 극심한 피로감이나 입마름이 겹친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증상이 없어도 가족 중에 당뇨 환자가 있다면 정기 검진을 권합니다.
Q. 당뇨 전 단계라고 하는데 약을 꼭 먹어야 하나요?
A. 언니의 경우처럼 아직 당뇨 전 단계라면 약 없이 식습관과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수치를 정상화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체중 감량, 정제 탄수화물 감소, 단백질 위주 식단, 규칙적인 수면이 가장 효과적인 개입입니다. 다만 담당 의사의 판단이 최우선이므로 정기적으로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당뇨 환자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되나요?
A. 저도 처음엔 채식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혈당을 직접 올리는 것은 탄수화물이지, 단백질이나 지방이 아닙니다.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유지하면 근육량이 보존되어 포도당을 소비할 능력이 유지됩니다. 칼로리 범위 안에서 고기를 포함한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먹고, 흰 쌀밥이나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향이 올바른 접근입니다.
Q. 2030 세대에 당뇨가 왜 이렇게 많아진 건가요?
A. 배달 음식, 편의점 초가공 식품, 마라탕이나 탕후루처럼 당분과 정제 탄수화물이 높은 식품의 유행도 영향이 있지만, 수면 부족도 큰 원인입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이것이 혈당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운동 없이 살만 빼는 다이어트로 근육량까지 줄면 포도당을 처리할 능력 자체가 낮아져 당뇨 위험이 커집니다.
Q. 밤에 초콜릿 먹는 게 정말 당뇨에 그렇게 나쁜가요?
A. 제가 직접 의사 선생님께 확인한 내용인데, 야간 고당분 섭취는 낮보다 훨씬 더 인슐린 저항성을 자극합니다. 밤에는 신체 활동이 줄고 인슐린 반응성도 낮아지는데, 이 시간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먹으면 포도당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에 오래 남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야식 자체를 줄이는 것이 당뇨 예방에서 가장 체감 효과가 컸습니다.
결론
언니 다리의 붉은 자국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당뇨를 남의 일로 생각했을 겁니다. 직접 겪어보니 무서운 건 당뇨 그 자체가 아니라 모른 채 방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치가 높아지는 동안 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는 그 신호를 다른 이유로 해석하고 있었으니까요.
당뇨는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병입니다. 채식만 할 필요도 없고, 고기를 끊을 필요도 없습니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야식 습관을 줄이고, 수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인슐린 저항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분이 있다면, 오늘 한 번쯤 혈당 검사를 권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