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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처음 조사했을 때, 이게 단순히 살 빼는 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고대행사에서 관련 캠페인 기획서를 쓰면서야 비로소 이 약들이 비만으로 인한 질환 전체를 겨냥한 치료제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이제 그 두 약을 가뿐히 뛰어넘는다는 레타트루타이드가 등장했습니다. 28.7% 체중 감량, 지방간 86% 개선. 수치만 보면 믿기 힘든 수준입니다.
임상 데이터로 보는 레타트루타이드의 실체
레타트루타이드가 기존 비만 치료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작용 기전에 있습니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단일 수용체에만 작용합니다. 여기서 GLP-1이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의 식욕 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이고 위 운동을 늦춰 음식을 덜 먹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마운자로는 거기에 GIP 수용체를 하나 더 추가한 이중 작용제였고요.
레타트루타이드는 한 발 더 나아가 GLP-1, GIP에 더해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동시에 자극하는 세계 최초의 3중 작용제입니다. 여기서 글루카곤이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인데, 단독으로 쓰면 혈당을 올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GLP-1과 함께 쓰면 혈당 상승효과는 상쇄되고, 에너지 소비 증가와 지방 연소 촉진이라는 강력한 장점만 살아남게 됩니다. 쉽게 말해 덜 먹게 만들면서 동시에 몸이 칼로리를 더 많이 태우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임상 데이터는 이 기전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2상 임상에서 338명을 대상으로 48주간 진행한 결과, 최고 용량인 12mg 투여군에서 평균 24.2%의 체중 감량이 확인됐습니다. 12mg을 투여받은 환자 중 100%가 5% 이상 감량에 성공했고, 83%는 15% 이상 빠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3상 임상인 TRIUMPH-4 연구는 그보다 더 나갔습니다. 평균 체중 112.7kg, 체질량 지수(BMI) 40.4에 달하는 고도비만 환자 445명을 68주간 추적한 이 연구에서 12mg 투여군은 평균 28.7%, 몸무게로는 약 32.3kg이 감소했습니다. 위고비의 15%, 마운자로의 20.9%와 비교하면 약물만으로 위절제 수술 수준의 감량에 도달한 셈입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제가 광고 기획을 하면서 만났던 관계자가 했던 말이 여기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비만이신 분들은 실제 근육량이 생각보다 없습니다. 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빠르게 지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대상이 정확히 그런 환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 약이 어떤 사람을 위해 설계됐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 위고비(GLP-1 단일 작용제): 68주 임상에서 평균 15% 체중 감량
- 마운자로(GLP-1+GIP 이중 작용제): 72주 임상에서 평균 20.9% 체중 감량
- 레타트루타이드(GLP-1+GIP+글루카곤 3중 작용제): 68주 임상에서 평균 28.7% 체중 감량
체중 감량 이외의 효과
레타트루타이드의 또 다른 가능성은 체중 감량 이외의 효과에 있습니다. 란셋, 네이처 메디슨 등 최고 권위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 질환을 가진 비만 환자에게 12mg을 투여했을 때 24주 만에 간 내 지방이 평균 82.4% 감소했고, 48주 후에는 86%까지 줄었습니다.
TRIUMPH-4 연구에서 무릎 골관절염 통증이 75% 이상 감소했고, 12mg 투여군의 12%는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최대 14mmHg 떨어지고, 중성지방은 35~40% 이상 감소하는 심혈관 지표 개선도 확인됐습니다.
부작용과 개인적인 의견
효과가 강하면 부작용도 강합니다. 트라이엄프-4 임상에서 이상 반응으로 약물 투여를 중단한 비율은 12mg 군에서 18.2%, 9mg 군에서 12.2%였습니다. 위약군의 4%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메스꺼움, 설사, 변비, 구토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은 GLP-1 계열 약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위장관계 부작용이란 위장 운동이 느려지고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면서 생기는 소화 불편 증상을 말하며, 대부분 초기 용량 증량 시에 집중되고 2mg처럼 낮은 용량부터 서서히 올리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임상 중단 사유 중 가장 이례적인 항목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체중 감량이 두렵다"는 이유로 스스로 약을 끊은 참가자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들어간 임상에서 살이 너무 빠져서 무섭다고 나오는 상황, 이 역설이 이 약의 효능이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 접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12mg 투여군의 20.9%에서는 피부의 감각 이상이 보고되었는데, 여기서 감각 이상이란 피부가 스치기만 해도 예민하게 느껴지거나 찌릿한 감각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위약군에서는 0.7%에 불과했으니 약물과의 연관성이 분명합니다. 다만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었고, 이로 인해 약을 중단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초기 투여 시 심박수가 증가하는 패턴도 있었지만 24주를 전후로 다시 감소했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은 근손실입니다. 단기간에 체중의 30% 가까이 빠지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줄어들 위험이 큽니다. 고단백 식단과 체계적인 근력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체중계 숫자만 줄고 실제 체성분은 오히려 나빠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비만 치료제를 끊자마자 요요가 온 분들도 이 부분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약은 원래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걸까요? 캠페인 기획 당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고도비만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유된다고 했습니다. 비만으로 인한 당뇨, 심혈관 질환, 지방간,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개선하는 의료적 목적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지금 SNS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연예인이 맞아서 급격히 바뀐 몸매, 5킬로 정도 빼려고 처방받는 미용 목적 사용, 다이어트 정체기 돌파용 선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약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소비되는 구조, 건강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 흐름을 한번쯤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체중에 집착하게 된 데는 주변의 외모와 몸매에 대한 평가가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타트루타이드가 국내에 출시될 시점이 온다면, 이 약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처방받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타트루타이드는 위고비, 마운자로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수용체 작용 수가 다릅니다. 위고비는 GLP-1 하나,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가지에 작용하는 반면, 레타트루타이드는 여기에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더해 세 가지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덜 먹게 만드는 동시에 몸이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라, 감량 효과가 임상에서도 뚜렷하게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Q. 레타트루타이드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게 뭔가요?
A. 임상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설사, 구토 같은 위장관 반응입니다. 하지만 저는 장기적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근손실이라고 봅니다. 단기간에 30% 가까이 체중이 빠지면 근육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 고단백 식단과 근력 운동 병행이 필수입니다. 약을 끊은 뒤 요요가 오는 주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Q. 레타트루타이드 한국 출시는 언제쯤 되나요?
A. 현재 TRIUMPH 시리즈 3상 임상이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완료될 예정입니다. 심혈관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쌓여야 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정식 출시까지는 빠르게 봐도 2~3년 이상은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양인 대상 추가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라 이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다이어트 정체기에 마운자로나 레타트루타이드를 써도 되나요?
A. 의학적으로는 처방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계열 약물은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 권고됩니다. 단순 정체기나 미용 목적으로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 약들이 만들어진 맥락 자체가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데이터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기대보다 묵직한 무게감에 가까웠습니다. 수술 없이 30kg을 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됩니다. 특히 비만으로 인해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든 분들에게는 진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약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될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모에 대한 평가가 일상이 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학적 필요와 무관하게 이 약들이 쉽게 소비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랍니다. 레타트루타이드든 마운자로든, 이 약들이 만들어진 본 이유를 기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3상 임상 결과가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나오는 만큼,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지켜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