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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현상 (비만 기억, 지방 대식세포, 체중 유지)

migrami 2026. 9. 5. 16:42

목차


    솔직히 저는 살을 빼는 것보다 뺀 살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걸 몸으로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약 15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한 뒤 5~6년에 걸쳐 10kg이 도로 붙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요요 현상이 단순히 의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일본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이 그 생각에 결정적인 근거를 하나 더 얹어 주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몸은 왜 되돌아가려 할까

    제가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덜 먹고 좀 뛰면 금방 빠지겠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만에 0.3kg이 줄었다고 좋아했다가 다음 날 아침 체중계에서 0.6kg이 도로 불어난 숫자를 봤을 때, 뭔가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몸은 갑자기 섭취량이 줄어들면 이를 비상 상황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초 대사량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기초 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심장이 뛰고 체온이 유지되는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량을 뜻합니다. 이 수치가 낮아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으로 더 많이 저장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식욕 호르몬 문제도 겹칩니다. 체중이 크게 줄어든 뒤에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식욕 촉진 호르몬의 분비가 오히려 증가합니다. 그렐린이란 위에서 분비되어 뇌에 배고픔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으로, 다이어트를 끝낸 뒤에도 한동안 평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29개의 장기 체중 감량 연구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년 후에는 빠졌던 체중의 50% 이상, 5년 후에는 80% 이상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제가 5~6년에 걸쳐 10kg이 돌아온 것도, 이 통계 안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험이었던 셈입니다.

    • 기초 대사량 저하: 급격한 식이 제한 시 몸이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
    • 그렐린 증가: 감량 후에도 식욕 호르몬이 높게 유지되어 과식 유발
    • 근육 손실: 무리한 굶기는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져 장기적으로 요요 체질화
    • 세트포인트 재설정: 높은 체중이 오래 유지되면 뇌가 그 체중을 정상으로 인식하기 시작
    요약: 요요 현상은 기초 대사량 저하와 식욕 호르몬 불균형이 맞물린 생리적 반응이며, 장기 연구에서도 감량 체중의 대부분이 수년 내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방 속 '비만 기억'이 살을 붙잡는 메커니즘

    요요 현상을 의지력 부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설명이 항상 조금 찜찜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식습관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체중이 반응했고, 그게 단순히 마음이 약해져서라고 설명하기엔 너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었거든요.

    지난달 일본 연구진이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한 논문은 그 찜찜함에 과학적인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지방조직 대식세포(ATM, Adipose Tissue Macrophage)입니다. 지방조직 대식세포란 지방 안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로, 몸속 죽은 세포와 노폐물을 잡아먹어 청소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문제는 이 청소부 세포가 비만 상태에서 고장 나면 살이 빠진 뒤에도 그 고장 상태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출처: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고장의 시작점은 스플라이싱(splicing) 오류입니다. 스플라이싱이란 세포가 유전자 정보로 단백질을 만들 때 전령 RNA(mRNA)라는 사본을 편집하는 과정으로, 어떤 구간을 붙이고 어떤 구간을 잘라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비만 상태에서는 이 편집을 지휘하는 단백질인 CWC22가 세포핵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편집 자체가 어긋나 버립니다. 그 결과 Scarb1이라는 유전자에서 정상 수용체 대신 변형된 수용체가 대량 생산됩니다.

    변형 수용체는 정상 수용체에 달라붙어 세포 스스로 이를 불량품으로 판단하고 정상품까지 함께 폐기시킵니다. 수용체를 잃은 대식세포는 죽은 세포를 처리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사세포 제거 과정에서 나와야 할 이노신(inos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지 않습니다. 이노신이란 대식세포가 죽은 세포를 처리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물질로, 지방조직에 "지방을 태우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신호가 끊기면 지방 분해 자체가 멈추는 것입니다.

    쥐 실험에서는 비만 때 어긋났던 유전자의 51.9%가 체중을 정상으로 되돌린 뒤에도 여전히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몸무게는 돌아왔지만 세포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살을 뺀 뒤 몸이 예전과 달리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찌는 느낌이 든다고 했던 것이, 이 세포 수준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약: 지방 속 대식세포가 비만 상태의 스플라이싱 오류를 기억한 채 지방 연소 신호를 차단하며, 이것이 요요 현상의 세포 수준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비만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체중 유지는 달라질까

    연구진은 고장 난 이 회로를 되돌릴 수 있는지도 실험했습니다. 사용한 물질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입니다. ASO란 특정 mRNA 서열에 달라붙어 편집 방향을 교정하는 짧은 인공 유전물질로, 이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등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연구진이 이 물질을 투여했더니 어긋났던 편집이 교정되었고, 수용체가 회복되었으며, 이노신 분비가 재개되면서 지방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지방조직 표본을 관찰한 결과에서도 마른 사람의 대식세포에서는 CWC22가 세포핵 안에 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반면,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핵 속 CWC22가 뚜렷하게 줄어 있는 패턴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 스스로 이번 성과를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라고 표현했고, 직접적인 인간 임상 시험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치료 가능성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연구를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국 세포의 기억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방식, 즉 급격한 감량보다 완만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답에 가깝습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도 약을 끊으면 대부분 체중이 돌아오는 사례가 많은데, 이 역시 세포 수준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신호만 차단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단기 목표보다 일상의 루틴 유지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덜 불규칙한 하루, 그 축적이 세포 수준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요약: ASO를 이용한 '비만 기억' 교정 실험은 개념 증명 단계이지만, 치료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현시점에서는 급격한 감량 대신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요요 현상은 왜 다이어트를 반복할수록 더 심해지나요?

    A. 급격한 감량을 반복하면 근육이 먼저 빠지면서 기초 대사량이 점점 낮아집니다. 기초 대사량이 낮아질수록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으로 저장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높은 체중이 오래 유지되면 뇌의 식욕 중추도 그 체중을 정상으로 재설정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다이어트를 반복할수록 같은 노력에 돌아오는 결과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고, 이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연구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Q. 지방 대식세포의 '비만 기억'은 살을 빼면 저절로 사라지나요?

    A. 이번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쥐 실험에서 체중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뒤에도 비만 때 어긋났던 유전자 발현의 51.9%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몸무게는 숫자로 돌아오지만 지방조직 속 대식세포의 편집 오류는 쉽게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요요 현상이 의지 문제가 아닌 세포 수준의 문제라는 근거가 됩니다.

     

    Q.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끊으면 왜 다시 살이 찌나요?

    A.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는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지만, 지방조직 대식세포가 간직한 비만 기억 자체를 교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세포 수준의 기억이 다시 작동하면서 체중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치료제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생활 습관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Q. 요요 없이 체중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연구 결과와 제 경험을 종합하면, 결국 핵심은 속도와 지속성입니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빼는 방식은 기초 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세포 수준의 오류를 더 깊이 새깁니다. 반면 천천히, 꾸준히 생활 습관 자체를 바꾸는 방식은 몸이 새로운 체중을 정상으로 받아들일 시간을 줍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전환한 뒤에야 체중 변화가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요요 현상은 나약한 의지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아닙니다. 지방조직 대식세포가 비만 상태의 스플라이싱 오류를 기억한 채 지방 연소 신호를 차단하는, 세포 수준의 생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이번 일본 연구진의 성과가 개념 증명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요요를 의지력 문제로 단정해온 오랜 통념에 또 하나의 반증이 더해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제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다이어트의 끝은 목표 체중이 아니라 유지 가능한 일상입니다. 급격하게 빼는 것보다 세포가 새로운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천천히, 꾸준히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 치료제든 식단이든 운동이든, 그 수단이 무엇이든 결국 그 방향은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8M8xfiWs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