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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정부 부처끼리는 당연히 같은 기준으로 움직인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제넨셀을 둘러싼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니, 식약처는 임상 계획을 승인하고 복지부는 다섯 차례 내내 지원금을 거부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거기다 법무장관 후보자의 청탁 의혹까지 얽히면서, 이건 단순한 기업 비리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식약처 승인과 복지부 거부, 같은 나라 맞나요
제 주변에 국가 R&D 연구 과제를 준비해 본 지인들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한테 자주 들은 말이 있어요. "인허가(人許可) 통과랑 사업단 심사는 완전히 다른 시험이야." 처음엔 그냥 절차상 복잡한 거겠거니 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게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넨셀의 설립자 강세찬 씨는 2021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임상시험 계획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이란 신약 후보 물질을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기 전, 그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가 최소 기준을 충족했는지 규제 기관이 검토해 주는 절차입니다. 쉽게 말해 "일단 사람한테 써봐도 될 정도는 된다"는 공식 허가인 셈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보건복지부 산하 신약개발사업단에 정부 출연금을 신청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출연금(出捐金)이란 국가가 특정 연구·개발 사업에 조건 없이 지급하는 자금으로,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되는 국민 세금입니다. 강 씨는 식약처 승인 후 41일 만인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32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사업단은 매번 "비임상 유효성 근거 미흡", "유의미한 비임상 유효성 자료 없음"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부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인데 한쪽은 통과, 한쪽은 다섯 번 연속 탈락. 제가 직접 이 상황을 겪어봤다면 당황스러워서 멍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간극이 결국 더 큰 의혹의 씨앗이 되고 말았습니다.
청탁 의혹, 그 연결 고리의 무게
이 사안이 단순한 행정 엇박자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강세찬 씨가 사업가 양 모 씨를 통해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식약처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 처리를 빠르게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는 건, 이런 청탁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아는 사람한테 한 번 부탁해 봐"라는 말 한마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변에서 간접적으로라도 목격한 분이라면 이 의혹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것입니다.
검찰은 강 씨가 허위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부 출연금을 받으려 했다고 보고 사기미수 혐의로 2024년 기소했으며, 1심 법원은 "거짓 사실이 기재되고 부작용이 누락된 연구개발 계획서로 정부 자금을 받으려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사기미수(詐欺未遂)란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범죄입니다.
식약처가 어떤 근거로 임상 계획을 승인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이 지점에서 더욱 짙어집니다. 인허가 기관의 판단이 외부 청탁에 흔들렸다면, 이건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안입니다.
국가 R&D 지원 시스템, 어디서 구멍이 뚫렸나
솔직히 이 부분을 짚으면서 제가 가장 답답했던 건,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은 오래된 문제입니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처와 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복지부 신약개발사업단은 평가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한쪽은 "이 약이 사람에게 써볼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췄느냐"를 보고, 다른 쪽은 "국민 세금을 투입할 만큼 이 기술이 성공 가능성이 있느냐"를 봅니다. 기준이 다른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평가 사이에 교차 검증(Cross-verification) 체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교차 검증이란 서로 다른 기관이나 방법론이 동일한 대상을 독립적으로 평가해 결과를 상호 비교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식약처가 승인한 사안을 복지부 사업단이 다섯 번 연속으로 거부했을 때 그 이유와 배경이 공식적으로 공유됐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청탁 의혹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도 훨씬 좁았을 겁니다.
국가 R&D 예산 규모를 생각하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 R&D 예산은 약 31조 원에 달합니다(출처: 한국연구재단). 이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는 구조 어딘가에 외부 압력이 끼어들 수 있는 틈새가 존재한다면, 이번 제넨셀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핵심 구조적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약처 인허가 기준과 복지부 R&D 지원 기준 사이에 공식적인 연계·공유 체계 부재
- 부처 간 독립적 평가가 상호 검증 없이 각자 진행되는 구조적 칸막이
- 권력 핵심부에 연결된 외부 청탁이 인허가 단계에 개입할 수 있었던 감시 공백
- 허위 또는 불완전한 비임상(非臨床) 데이터로도 일부 기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검증 허점
이 사태가 남긴 질문, 제도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제 경험상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개인을 처벌하고, 특별 감사를 한 번 돌리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됩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무장관 후보자라는 사법 수장 자리에 오를 인사가 연루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사법부 신뢰의 출발점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 자신의 결백함입니다. 그런데 그 후보자를 둘러싼 청탁 의혹이 1심 유죄 판결까지 받은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면, 이건 인사청문회 수준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국민이 "저 사람이 법무장관이 되면 이런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제도 개선 차원에서 본다면, 저는 무엇보다 인허가 기관과 지원금 심사 기관 사이의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가 특정 신약에 대해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면, 그 근거 자료와 평가 내용이 복지부 사업단 심사 단계에서도 공식적으로 참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사업단이 비임상 유효성을 이유로 거부했다면, 그 사실이 식약처에도 피드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런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외부 압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좁아집니다.
그때 느낀 건, 제도의 허점은 대개 악한 의도보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시스템'에서 먼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식약처가 임상 승인을 해줬는데 왜 복지부는 지원금을 거부한 건가요?
A. 두 기관의 평가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식약처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은 "사람에게 최소한 써볼 수 있는 안전 요건을 갖췄느냐"를 판단하는 인허가 절차입니다. 반면 복지부 신약개발사업단은 "국민 세금을 투입할 만큼 기술적 성공 가능성이 있느냐"를 심사합니다. 제넨셀의 경우 복지부는 비임상 유효성, 즉 동물실험 단계에서의 효능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섯 번 모두 거부했습니다.
Q. 강세찬 씨 사기미수 판결, 어떤 내용인가요?
A. 1심 법원은 강세찬 씨가 거짓 사실이 기재되고 부작용이 누락된 연구개발 계획서를 제출해 정부 출연금을 받으려 시도했지만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기미수는 속임수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경우로, 실제 피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입니다. 검찰은 2024년 이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Q. 김승원 후보자는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건가요?
A.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은 강세찬 씨가 사업가 양 모 씨를 통해 김승원 후보자에게 식약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의 빠른 처리를 청탁했다는 의혹입니다. 직접 개입 여부와 그 법적 책임은 인사청문회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추가로 가려져야 할 부분으로,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국가 R&D 지원금 심사, 원래 이렇게 부처마다 따로 노나요?
A.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허가 기관과 예산 지원 기관은 소관 법령과 평가 지표가 달라 서로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참조하거나 공유하는 체계가 미흡합니다. 제 주변에서 R&D 과제를 준비하는 분들이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혼란스러워했는데, 이번 사태가 그 구조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이번 제넨셀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인의 일탈이나 정치인 개인의 비위 문제로 축소해서 볼 수 없습니다. 식약처와 복지부라는 두 국가 기관이 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잣대로 평가한 채 서로 연결되지 않은 구조, 그 틈새에서 청탁과 허위 서류가 비집고 들어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사법적 단죄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31조 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이 흘러가는 통로 자체를 투명하게 재설계하는 일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국가 R&D 예산 편성과 부처 간 협력 체계에 관한 공식 정보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