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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뉴스를 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만든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공장에서 납에 노출된 노동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라고 속여 중금속 배출 주사를 조직적으로 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제조 현장에서 일한 적 없는 저에게도 이 사건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터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나쁜 형태의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킬레이션 주사, 왜 이게 문제인가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킬레이션'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찾아보고 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이 실감됐습니다.
킬레이션(chelation)이란 체내에 축적된 납·수은 같은 중금속을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치료법입니다. 쉽게 말해 몸 안에 쌓인 독성 금속을 강제로 끌어내는 처치인데, 이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주거나 필수 미네랄까지 함께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명확한 적응증이 있을 때만 신중하게 사용하는 시술입니다(출처: WHO, Lead poisoning and health).
DN오토모티브 현장 노동자들은 이 주사가 무엇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중에 나가면 15만~20만 원 하는 고급 비타민 주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회사가 베푸는 복지처럼 포장된 강요였던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상사나 회사가 건네는 호의는 사실상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제 경험상 그런 상황에서 "저는 안 맞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자신이 없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사를 놓은 타이밍이었습니다. 건강 검진을 앞둔 시점이었다는 사실은, 혈중 납 농도 수치를 낮춰 검진 결과를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혈중 납 농도(blood lead level)란 혈액 속에 녹아 있는 납의 양을 측정한 수치로, 직업성 납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이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노동자가 납에 과도하게 노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에서 지워집니다.
- 킬레이션 주사: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시술로, 신장 부담·미네랄 손실 등 부작용 동반 가능
- 사측은 건강 검진 직전 투약을 지시, 혈중 납 농도 수치 희석 의도로 의심됨
- 노동자에게 시술 목적·부작용에 대한 설명 없이 '비타민 주사'로 속여 투약
납 중독 위험, 작업 현장의 실태
제가 처음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그 공장 안이 얼마나 위험했길래 주사까지 맞혔을까?" 숫자가 답해줬습니다.
DN오토모티브 작업장 내 납 농도는 기준치의 최고 5배에 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결과, 환기 시설과 안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납(Pb)은 상온에서도 먼지나 흄(fume)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데, 이를 반복적으로 흡입하면 납 중독(lead poisoning)이 발생합니다. 납 중독이란 신경계·신장·조혈 기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키는 직업병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노동자에게도 만성적인 건강 피해를 남깁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기사 속 영상에서 노동자가 "집진기가 제대로 못 빠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집진기(dust collector)란 공정 중 발생하는 분진과 유해 입자를 공기 중에서 포집해 제거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제 기능을 못 했다면, 노동자들은 매일 납 먼지를 들이마시며 일한 셈입니다. 저는 현장 경험이 없지만 그 답답함과 무력감은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현장 조사를 통해 68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하고 과태료 4,62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킬레이션 주사 투약 건은 정부의 건강 보호 조치를 방해한 행위로 보고 지난 8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태가 공론화된 계기는 올해 1월 금속노조의 문제제기였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먼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면 이 실태는 계속 묻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와 재발 방지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제가 느낀 건 단순한 분노 그 이상이었습니다. 법이 있어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습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관계자의 말이 핵심을 찌릅니다. "검진 결과를 왜곡하거나 조작했는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이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유해물질 관리·건강 검진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 검진 결과를 조작하거나 이를 위해 의료 행위를 남용한 경우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빠져 있는 겁니다. 이는 제도가 현실의 악용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와 수사기관에 유해물질 노출 실태, 주사 투약 경위, 검진 결과 은폐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정확히 짚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DN오토모티브 전·현직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에 착수했고, 다른 배터리 업체 14곳으로도 조사를 확대했습니다. 역학조사(epidemiological investigation)란 특정 집단에서 질병의 원인과 분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조사를 말하며, 직업병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단발성 조사와 과태료 부과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제 생각에,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건강 검진 결과 조작과 의료 행위 남용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 고위험 사업장의 환기 시설 기준 강화, 그리고 노동자가 불이익 없이 유해 환경을 신고할 수 있는 내부 고발 보호 시스템의 실질적 강화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킬레이션 주사는 원래 어떤 경우에 맞는 건가요?
A. 킬레이션 치료는 납·수은·비소 같은 중금속이 체내에 위험 수준으로 축적되었을 때 의사의 판단 아래 시행하는 의료 처치입니다. 신장 기능 저하나 필수 미네랄 손실 등 부작용이 있어 명확한 적응증이 없으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맞는 것은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Q. 납 중독이 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초기에는 피로감, 두통, 집중력 저하처럼 단순 과로와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말초 신경 손상, 신장 기능 저하, 빈혈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애매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노출되고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DN오토모티브 사태,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고용노동부는 2026년 4월 68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하고 과태료 4,62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킬레이션 주사 투약 건은 같은 해 8월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전·현직 노동자 전원 대상 집단 역학조사와 다른 배터리 업체 14곳으로의 조사 확대가 진행 중입니다.
Q. 회사가 검진 결과를 조작해도 현행법으로 처벌이 안 되나요?
A.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건강 검진 결과를 조작하거나 이를 위해 의료 행위를 악용한 경우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번 사태로 이 법의 사각지대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관련 조항 신설을 포함한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저는 이번 DN오토모티브 사태를 보면서, 일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납 농도가 기준치의 5배인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비타민 주사"라는 말 한마디에 의심 없이 주사를 맞아야 했던 노동자들의 상황은, 정보와 권력의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폭력이 얼마나 조용하고 일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이번 사건은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법 제도의 공백과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의 미비한 조항을 보완하는 입법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혹시 본인 또는 주변에 유해 작업 환경에 놓인 분이 계신다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의 익명 신고 창구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528532?cds=news_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