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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는 약이 담배도 끊게 해준다고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제 지인 중에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한테 마운자로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관심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마운자로를 맞고 담배를 끊었다는 동료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찾아봤더니 실제로 60만 명 규모의 임상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중독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왜 나왔을까
제 지인은 중국 노선이 많아서인지 현지에서 마운자로를 구입하는 스튜어디스 동료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국내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보니 다이어트 목적으로 챙겨 오는 분들이 꽤 된다고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중 일부가 의도치 않게 담배를 끊게 됐다는 겁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살이 빠지니까 몸 관리 의지가 생겨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배경을 파고들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GLP-1(Glucagon-Like Peptide-1), 즉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인데, 이게 단순히 위장 쪽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GLP-1이란 혈당이 올라갔을 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장 호르몬입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가 모두 이 계열이고, 마운자로는 여기에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수용체 활성화까지 더한 듀얼 아고니스트입니다. GIP란 식사 후 분비되는 또 다른 장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돕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합니다.
GLP-1 수용체는 장뿐 아니라 뇌에도 존재합니다. 특히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관련이 있는데, 여기서 측좌핵이란 뇌의 보상 시스템 중심지로, 도파민 신호를 통해 쾌감과 충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물 실험에서 GLP-1 약물이 이 측좌핵의 도파민 반응을 억제한다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그러면 사람한테도 실제로 중독 예방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 겁니다.
60만 명 임상 데이터가 말하는 것, 그리고 제가 주목한 부분
2026년 BMJ에 게재된 연구는 미국 당뇨병 환자 약 60만 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한 관찰 연구입니다. GLP-1 계열 약물(세마글루타이드)을 사용한 집단과 SGLT2 억제제 등 다른 당뇨 약제를 사용한 집단을 비교했고, 혈당 개선 효과 외에 중독과 관련된 위험도 차이를 들여다봤습니다(출처: BMJ).
결과 수치를 보면, 전체 물질 중독 발생 위험이 GLP-1 사용군에서 평균 14% 낮았습니다. 물질별로 더 파고들면 오피오이드 관련 중독 위험 25% 감소, 코카인과 니코틴은 각각 약 20% 감소, 알코올 18%, 대마초 14% 감소였습니다. 이미 중독이 있던 환자에서는 응급실 방문이 31%, 입원이 26%, 약물 과다 복용 위험이 39% 낮아졌고, 자살 충동 및 시도도 25% 줄어들었습니다. 이 숫자들을 처음 봤을 때 저도 좀 멈칫했습니다. 단순한 식욕 억제제로 알고 있던 약이 이런 결과를 냈다는 게 직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핵심은 푸드 노이즈(Food Noise)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푸드 노이즈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특정 음식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고, 충동적으로 먹고 싶어지는 뇌의 신호를 말합니다. 실제로 비만인 분들 중에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못 참겠어서" 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건 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의존과 작동 방식이 같습니다. 도파민 보상 회로를 특정 자극이 해킹하는 거죠. GLP-1 약물이 이 회로를 조절한다면, 알코올이나 마약에 대한 갈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연구의 논리입니다.
다만, 저는 이 결과를 해석할 때 몇 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이 아닌 관찰 연구입니다. 여기서 관찰 연구란 두 집단을 무작위로 나눠 직접 비교하는 게 아니라, 이미 특정 약을 선택한 사람들의 결과를 사후에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GLP-1 약물을 선택한 환자들이 건강에 더 관심이 많거나 의료 접근성이 높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독 위험 14% 감소"도 상대 위험 감소 수치이기 때문에, 절대 위험 감소가 어느 정도인지 함께 봐야 실제 임상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출처: NEJM — 임상 연구 해석 기준 참고).
- 오피오이드 중독 위험 25% 감소
- 코카인·니코틴 각각 약 20% 감소
- 알코올 18%, 대마초 14% 감소
- 약물 과다 복용 위험 39% 감소, 응급실 방문 31% 감소
- 자살 충동 및 시도 25% 감소
그렇다면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쓰는 사람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제가 이 주제를 찾아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이 있습니다. "약물 농도가 올라오면 모든 음식이 평등해진다"는 말이었는데, 이게 어떤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처음엔 시적인 비유처럼 들렸는데, 생각해 보니 꽤 정확한 묘사입니다. 특정 음식에 과도하게 끌리던 충동이 줄어들면서 평소 별로 당기지 않던 채소나 단백질 음식도 비슷한 눈높이로 보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이게 무조건 좋은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식욕 자체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적은 양으로 칼로리를 채우려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과자나 음료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에 손이 가기 쉬워진다는 거죠. 속이 불편하니까 부피 큰 음식은 피하고 간단하게 때우다 보면, 정작 식습관 재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채 약만 먹고 있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중독과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합니다. 약을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올라옵니다. 그 시점에 올바른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억눌려 있던 보상 회로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독에서 회복 중인 분이라면 이게 단순한 요요가 아니라 이전보다 더 강한 갈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검증된 건 아니고, 체중 재증가에 대한 연구는 있지만 중독 악화에 대한 근거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결국 GLP-1 계열 약물을 쓰는 기간은 "충동이 줄어든 시간 동안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기회"로 활용해야 효과가 지속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약이 뇌의 보상회로를 잠시 조용하게 해주는 동안,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떤 습관을 만드는지가 약을 끊은 이후를 결정합니다. 중독 치료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GLP-1이 충동을 낮춰주는 기전을 제공하더라도, 심리치료나 행동치료 같은 재활 프로그램 없이 약만으로 중독 전체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기대치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담배를 끊는 데 진짜 도움이 되나요?
A. 60만 명 규모의 관찰 연구에서 니코틴 중독 발생 위험이 약 20% 낮아졌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담배를 끊어준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갈망과 충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금연 목적만으로 이 약을 처방받기는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Q. 푸드 노이즈가 뭔가요? 그냥 식욕이랑 다른 건가요?
A. 푸드 노이즈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특정 음식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먹지 않으면 집중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배고픔이 신체 신호라면, 푸드 노이즈는 뇌의 보상회로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갈망에 가깝습니다.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사람들 중 많은 분이 "처음으로 음식 생각이 조용해졌다"고 표현하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Q.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강한 이유가 뭔가요?
A. 마운자로는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듀얼 아고니스트입니다. 위고비가 GLP-1 하나만 작용하는 데 비해, 마운자로는 두 호르몬이 함께 작용하면서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상 데이터에서도 체중 감량 폭이 마운자로가 더 크게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개인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Q. GLP-1 약물을 끊으면 중독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약을 끊으면 식욕이 다시 오른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그 과정에서 올바른 식습관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이전보다 더 강한 갈망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이 부분을 임상에서 실제로 주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이 더 악화된다는 명확한 임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결론
제가 처음 스튜어디스 지인에게 마운자로 담배 끊기 소문을 들었을 때는 그냥 우연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배경을 파고들수록, 이게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GLP-1 계열 약물이 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할 수 있다는 기전은 충분히 근거가 있고, 60만 명 규모의 데이터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닙니다.
다만 "위고비가 중독을 치료한다"는 결론은 아직 이릅니다. 관찰 연구 단계이고,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약을 쓰고 있다면 보상회로가 조용해진 그 시간을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쓰는 게 핵심입니다. 약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창을 열어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쓰고 있거나 고려 중이라면, 단순히 체중 수치보다 식습관 재형성까지 같이 준비하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