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저는 팔꿈치 안쪽과 무릎 뒤가 늘 빨갰습니다. 긁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밤이면 손이 먼저 움직였고, 아침마다 이불에 피딱지가 붙어 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 제가 아토피에서 거의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이게도 '더 깨끗하게'가 아니라 '적당히 지저분하게' 키워준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면역력 훈련 — 깨끗할수록 면역이 약해지는 이유저도 처음엔 아토피가 있으니까 더 청결하게, 더 소독을 철저히 해야 낫는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반대로 하셨어요. 흙장난을 말리지 않으셨고, 신생아 때부터 바깥 산책을 자주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당시엔 그게 왜 좋은 건지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면역학을 조금씩 공부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이것은 면역학에서 '위생 가설(Hygie..
우리 몸속에는 10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질병의 90% 이상이 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과장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 항생제를 수개월째 복용하다가 피부와 장 건강을 동시에 무너뜨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이 수치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장내미생물이 '제2의 장기'라 불리는 진짜 이유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핵심은 '유전정보 전체'라는 부분입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품고 있는 유전자 수는 인간 유전자의 1..
2024년 기준 60대 이상 대상포진 환자가 3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0년 전보다 46%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부모님이 예방접종을 맞고 오시던 날, 저도 처음으로 이 질환을 제대로 찾아봤습니다. 알면 알수록 '왜 진작 몰랐지'라는 생각이 드는 질환이었습니다. 대상포진 증상과 골든타임, 왜 이렇게 무서운가대상포진은 처음에 감기 몸살처럼 시작합니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열이 나고, 피곤합니다. 그냥 쉬면 나을 것 같은 증상이라 대부분 며칠을 그냥 버팁니다.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감기인 줄 알고 넘겼다가 발진이 올라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이 질환의 본질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