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할아버지는 담배 때문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담배 연기만 맡아도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남자친구에게 금연을 부탁했고, 어느덧 4년이 지났습니다. 담배와 술,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 두 가지를 놓고 의학적으로는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서부터가 위험한지 정리해봤습니다. 폐암 원인, 담배 안 피워도 생기는 이유폐암 하면 담배를 떠올리는 게 당연하지만,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약 90%가 비흡연자라는 사실은 저도 처음 접했을 때 꽤 충격이었습니다. 담배 한 번 피워본 적 없는 분들이 왜 폐암에 걸리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 원인들이 의외로 집 안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그중에서도 주방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 흄(cooking fume)이 대표적입니다. 조리 흄..
솔직히 저는 냉방병이 '그냥 좀 추운 것'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에어컨 송풍구 바로 아래 자리에 앉아 온종일 찬바람을 뒤집어쓰면서도, 두통과 코막힘이 심해지자 '입사 긴장감 탓이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 안일한 판단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몸이 먼저 알려줬습니다. 에어컨 직풍, 왜 이렇게 몸이 무너질까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에어컨 직풍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차갑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입사 3일 차부터 머리가 조여드는 듯한 두통이 시작되고, 코가 완전히 막혀 입으로만 숨을 쉬게 됐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건 자율신경계 교란이 시작됐다는 신호였습니다. 자율신경계란 우리 몸이 의식하지 않아도 체온·혈압·소화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계를 말하는데, 실내외 온도 차가 극심하면 이 시스템이 ..
솔직히 저는 초등학교 때 온열질환을 그냥 '더위 먹는 것' 정도로 알았습니다. 7월 체육 시간, 운동장에서 구보를 반복하다 시야가 검게 변하며 쓰러졌고, 눈을 떴을 때는 응급실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더운 날 햇빛 아래 운동을 해서 그렇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온열질환이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임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폭염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하는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온열질환 취약군,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제가 쓰러졌던 날을 돌이켜보면, 당시 저는 어떤 기저질환도 없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쓰러졌습니다. 그렇다면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가진 ..
초등학교 건강검진 때 소변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백뇨 수치가 높다며 재검을 받으러 오라는 말이 적혀 있었거든요. 그때는 왜 한 번에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됐는데, 알고 보니 단백뇨는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신장이 보내는 경고일 수도 있고, 아무 문제 없는 일시적 반응일 수도 있는, 꽤 까다로운 신호입니다. 기능성 단백뇨, 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소변 검사를 3번에 한 번꼴로 재검을 받았다고 하면 대부분 "신장이 안 좋은 거 아니냐"라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당시 학교 보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일시적인 생리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아서 재검을 요청하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인지 그..
봄만 되면 눈이 퉁퉁 붓고 밤새 가려워서 잠을 설친 적,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안과 신세를 집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진단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올해는 겨울부터 이어진 다래끼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눈을 비볐던 게 결국 화근이었습니다. 봄철 눈이 유독 힘든 이유혹시 봄에만 유독 눈이 충혈되고 가렵다면, 단순한 피로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Allergic Conjunctivitis)은 꽃가루, 황사, 집먼지 진드기처럼 실제로는 무해한 물질에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결막이란 우리가 흔히 '흰자'라고 부르는 안구 표면과 눈꺼풀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점막 조직을 말합니다...
솔직히 저는 한포진(Acute vesiculobullous hand eczema)이 그냥 여름마다 생기는 가벼운 피부 트러블인 줄 알았습니다. 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올라올 때마다 무심코 긁거나 터뜨렸고, 그게 오히려 증상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만든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출근 지문 인식이 안 될 정도로 손 전체가 망가졌던 경험이 있고 나서야 이 질환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손가락 물집, 짜면 안 되는 이유일반적으로 물집이 생기면 빨리 짜서 터뜨려야 낫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옳지 못한 방법입니다.한포진의 수포(vesicle), 즉 피부 표면 아래에 투명한 액체가 차오르는 작은 물집은 1~2mm 크기로 무리 ..
혈압이 높으면 나쁜 것, 낮으면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벌떡 일어나다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시는 걸 보면서 저도 처음에는 그냥 노환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어지러움은 몸이 보내는 꽤 절박한 경고였습니다.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생기는 일 — 기립성저혈압 이야기혈압을 단순히 숫자 하나로 평가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 관점이 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가 매 순간 상황에 맞춰 미세 조정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자율신경계란 우리가 의식적으로 명령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 혈압, 소화 등을 알아서 조절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아침에..
남자친구 무릎이 이상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그냥 피로 때문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까지 가고, 수술을 두 번이나 거치고 나서야 전방십자인대(ACL)가 얼마나 중요한 구조물인지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막연히 "운동선수나 다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글이 그 오해를 바꿔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열 증상 — "다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이 제일 위험합니다남자친구가 농구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무릎을 쓰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처음에 그냥 근육통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유연성이 워낙 부족해서 쪼그려 앉는 것도 힘들어했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 MRI를 찍어보니 전방십자인대(ACL, Anterior Cruciate Ligament)가 완전히 끊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
여름 휴가지에서 먹은 음식 하나로 온 가족이 새벽 응급실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고, 링거를 맞으며 천장을 바라보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식중독은 '조금 배 아픈 것'으로 가볍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직접 겪어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인균의 종류와 개인의 위장 상태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것,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여름철에 식중독이 더 무서운 이유2024년 8월 초, 저희 가족은 강릉 바닷가로 여름 휴가를 떠났습니다. 저녁 식사로 고른 건 현지 맛집이라는 장어구이였는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아랫배를 쥐어짜는 복통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이윽고 어머니와 언니, 심지어 위장이 강철 같던 아버지까지 식은땀을 ..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약 6명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희 아버지도 그 중 한 분이었는데, 막상 진단을 받고 나서야 이 균이 얼마나 흔하고 또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실감했습니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뜻밖의 방법으로 균이 사라진 경험까지, 제가 직접 곁에서 지켜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어떻게 걸리고 왜 무서운가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자리를 잡고 사는 나선 모양의 세균입니다. 여기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란, 강한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균 중 하나로,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발암 인자로 규정한 균입니다(출처: WHO).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