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영양제 병이 열 쯤 늘어서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몸에 좋다는 건 다 모아서 아침저녁으로 털어 넣던 그 시절, 저는 스스로가 건강을 잘 챙기고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진 건 혈액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이었습니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았는데 간 수치가 위험 수준까지 치솟아 있었거든요. 영양제를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고 믿는 분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양제가 간독성을 일으킨다고요?혹시 "천연 성분이니까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드시고 계신 건 아닌가요? 저도 정확히 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요즘 드시는 보충제가 있으신가요?" 그 순간 책상 위에 빼곡히 쌓여 있던 영양제 병들이..
양악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 실제로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1~2명에 불과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합니다. 저는 언니가 턱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수술을 가까이서 경험했는데, 처음에 성형외과 상담을 먼저 받았던 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양악 수술은 외모를 바꾸는 수술이기 이전에 기능을 되살리는 복합 치과 수술입니다. 성형외과 vs 구강악안면외과, 저는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일반적으로 턱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언니가 처음 상담받으러 갔던 성형외과에서는 수술 후 얼굴 윤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코가 얼마나 작아 보이는지에 집중한 설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합(咬合), 그러니까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는 기능적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
편의점에서 "단백질 25g"이라고 크게 적힌 음료를 집어 들고 운동 후 벌컥벌컥 마셨던 적이 있습니다.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뒷면 성분표를 들여다보니, 그 25g의 정체가 유청 단백질도, 대두 단백질도 아닌 콜라겐 펩타이드였습니다. 단백질 음료인 줄 알고 샀는데 실제로는 콜라겐 음료였던 것입니다. 저만 이런 경험을 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콜라겐 함정: 단백질 음료가 진짜 단백질이 아닌 이유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음료 중 일부는 유청 단백질(Whey Protein)이나 대두 단백질을 한 그램도 넣지 않고도 "단백질 25g"을 합법적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핵심은 식품의 단백질 함량 측정 방식에 있습니다.단백질 함량은 식품 속에 포함된 질소..
저희 아버지는 10년 넘게 부분 틀니를 쓰셨습니다. 치과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처음 들은 말이 "뼈이식을 하셔야 합니다"였고, 솔직히 그 자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습니다. 뼈이식이 무조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는지 — 치과를 여러 곳 다녀보고 나서야 조금씩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치과마다 뼈이식 이야기가 나오는 진짜 이유아버지 케이스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이해하게 된 건 치조골(치조골, alveolar bone)의 역할이었습니다. 여기서 치조골이란 치아 뿌리를 감싸고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턱뼈의 일부를 말합니다. 나무에 비유하면 뿌리를 꽉 잡아주는 영양분 가득한 흙과 같은 구조입니다.문제는 치아가 빠진 뒤 오래 방치하면 이 치조골이 스스로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이..
솔직히 저는 살을 빼는 것보다 뺀 살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걸 몸으로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약 15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한 뒤 5~6년에 걸쳐 10kg이 도로 붙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요요 현상이 단순히 의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일본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이 그 생각에 결정적인 근거를 하나 더 얹어 주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몸은 왜 되돌아가려 할까제가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덜 먹고 좀 뛰면 금방 빠지겠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만에 0.3kg이 줄었다고 좋아했다가 다음 날 아침 체중계에서 0.6kg이 ..
대학 시절 친했던 친구가 계단 두 층만 올라와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다들 시험 기간 피로겠거니 넘겼는데, 알고 보니 헤모글로빈 수치가 8g/dL대까지 떨어진 철결핍성 빈혈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경구 철분제를 수개월 복용하며 겪은 일들, 그리고 최근 정맥 철분 주사의 부작용 소식까지 접하고 나서 이 주제를 정리해 두고 싶었습니다. 빈혈 증상, 단순 피로와 구분하는 법철결핍성 빈혈은 체내 철분이 부족해 헤모글로빈(hemoglobin) 생성이 줄어드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헤모글로빈이란 적혈구 안에서 산소를 온몸에 실어 나르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세포가 산소를 충분히 받지 못해 온몸이 가동 한계에 걸린 것처럼 버거워집니다.국내 철결핍성 빈혈 환자는 약 35만 명으로..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어느새 15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게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치질 관련 자료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변기에 오래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치질 발생 위험을 46%나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성인 4명 중 1명이 치질 증상을 경험하고, 한 번 생기면 두 명 중 한 명이 재발을 겪는다는 통계를 접하고 나서 저는 이 질환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치질은 위생 문제가 아니라 혈관 질환입니다일반적으로 치질 하면 "잘 안 씻어서 걸린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파고들어 보니 이건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편견이었습니다. 치질은 항문..
그래놀라바 한 개에 각설탕이 최대 여덟 개, 어포 한 봉에 탄수화물이 단백질의 다섯 배. 저도 처음 이 수치를 확인했을 때 잠깐 멈칫했습니다. 건강하다고 믿고 집어 들던 간식들이었으니까요. 포장지 앞면의 이미지를 믿기 전에, 뒷면 영양성분표를 먼저 뒤집어 봐야 하는 이유를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건강한 이미지'가 만드는 착시 — 당질과 혈당 스파이크혹시 그래놀라바나 베이글 칩, 고구마, 생과일주스를 다이어트 간식으로 챙겨 드시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어머니 댁을 방문했다가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고 꽤 오래 충격이 가시지 않았습니다.어머니께서는 의사 선생님께 "탄수화물 과다, 단백질 부족"이라는 소견을 들으신 뒤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바꾸셨습니다. 그 일환으로 두부 간식을 챙겨 드셨는데,..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저는 어김없이 눈이 먼저 알아챕니다. 간질간질한 느낌이 시작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거울 속 제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죠.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도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방치하면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초기증상, 방치했다가 후회한 이유충혈, 가려움, 눈곱. 이 세 가지만 보면 그냥 피곤한 거겠거니 넘기기 쉽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세 가지 증상은 알레르기 결막염뿐 아니라 세균성 결막염, 바이러스성 결막염, 심지어 각막염의 초기 신호이기도 합니다. 안과 전문의가 직접 세극등 현미경으로 병변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떤 질..
생리 시작 일주일 전만 되면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고, 아무 이유 없이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저도 오랫동안 그 감정의 파도를 그냥 예민한 탓으로 돌리며 버텼습니다. 알고 보니 그건 월경전 증후군(PMS)이라는 질환이었습니다. PMS의 원인과 증상 — 호르몬 탓만은 아니었습니다월경 전 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이란 배란 이후 황체기, 즉 월경 주기 후반부에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황체기란 배란 후 다음 생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으로, 보통 생리 시작 약 2주 전부터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만 특이적으로 증상이 집중된다는 점이 PMS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단 하나의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다만 ..